삼성물산 - 새로운 사업기획을 가져다 준 브랜드, 래미안 -

조형준/서울대투자연구회/지구환경시스템공학부/ttazzo@hotmail.com

2004.4.12

한 산업에 있어서 후발 주자가 단숨에 업계 1위에 오르기란 쉽지 않다. 기술도 좋고 재무적으로 안정되어야 하고 자본금도 많아야 한다. 후발주자이지만 IMF를 계기로 불과 3~4년 만에 아파트 업계 1위가 된 기업이 있으니, 그 기업은 바로 삼성전자와 더불어 삼성그룹의 지주회사격인 삼성물산이다. 삼성물산은 크게 무역과 유통을 담당하는 상사부문과 토목 건설을 담당하는 건설부문이 있지만 최근 몇 년간 건설부문에서의 당기순이익이 상사부문을 제외하더라도 전체의 98%를 차지할 만큼 건설부문이 중요하게 부각되었다.

건설회사의 사명이 아파트 이름이 되던 시장상황을 바꾼 것이 바로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대표 브랜드 ‘래미안’이다. IMF때의 주택시장 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한 차별화 전략으로 주택업계에 최초로 브랜드를 적용한 것이 성공요인이었다. 후발 기업들이 혼전양상을 보이고 있을 때 래미안은 국가고객만족도(NCSI) 6연패, 한국산업브랜드파워(K-BPI) 2연패 등의 성과를 올렸다. 삼성물산은 이러한 브랜드 자산을 통하여 자재 공급업자뿐만 아니라 아파트 사업 발주처에도 강력한 협상 우위를 지니고 있다.

이러한 브랜드 자산에도 불구하고 작년 영업성과는 좋지 못했다. 2003년 수주는 전년 대비 12% 증가한 5조 1,173억원을 달성했지만 대만에서의 공사 손실과, 재건축 사업의 투기 과열화를 막기 위한 정부 규제 때문에 재건축 시장 침체로 건설부문의 매출액은 2002년 대비 0.8%증가하는데 그쳤고, 영업이익은 약 19% 감소했다. 하지만 이러한 악재에도 불구하고, 현재 18조의 주택 물량잔고를 확보해 놓았기 때문에 향후 최소 9년 이상의 안정적 사업물량 및 수익기반이 구축된 상태이다. 따라서 작년의 영업성과는 단기적인 현상으로 봐야하며, 부채비율도 2000년 약 190%에서 2003년 94.5%로 지속적으로 안정화 되어가는 추세이다.

재건축 시장 침체를 타개할 래미안의 기회는 ‘리모델링 사업’에 있다. 리모델링을 통해 재건축 없이 기존 주택의 평수를 늘릴 수 있는데, 작년에 시행된 주택법에 리모델링 활성화 방안이 포함되면서 사업 추진 기준이 완화되어 기존의 리모델링 사업 추진 지역뿐만 아니라 재건축 추진 지역에서도 활발하게 추진될 전망이다. 삼성물산의 래미안은 높은 브랜드 인지도를 앞세워 타 경쟁업체에 비해 시공권을 쉽게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전년도 실적 기준 2004년 시공능력 평가에서 삼성물산이 1위에 오를 것이라는 분석도 리모델링 사업에서 삼성물산의 우위을 한층 강화시켜주고 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러한 건설부문에서의 영업이익 증대의 기회는 0.14%의 낮은 매출액영업이익률을 보이고 있는 상사부문의 상대적인 비중을 줄여 회사 전체의 수익 구조를 개선시키고 재무구조를 안정화시키는 결과를 가져다 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