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널뛰기를 하던 지난 20일 연세대학교 YIG(연세대 투자동아리) 회의실. 20여 명 동아리 회원이 최근 증시 폭락 원인과 전망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이번 주가 폭락은 펀더멘털보다는 외부 요인에 의한 것으로 봅니다."
"성급하게 팔지 말고 일단 기다려 보죠." "9ㆍ11테러 때 전 세계 증시가 다 빠졌을 때도 과외로 번 돈 500만원을 투자해 6배 수익률을 올렸어요. 지금이 그런 때가 아닐까 싶은데…."
토론에 참가한 학생들의 전공분야는 경영, 경제, 공학 등 다양하다. 적게는 500만원, 많게는 1억5000만원 이상 자금을 굴리는 대학 내 증권동아리들은 전 세계 증시를 뒤흔드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폭격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침착한 모습이다.
주가지수만 보고 섣불리 시장에 뛰어들거나 함부로 `단타`를 치다가 등록금까지 날리는 행태는 일부에 국한된 일. 이들은 기업과 시장을 철저하게 공부해 `가치투자`를 지향한다는 원칙을 내세운다.
YIG는 대부분 직접투자를 하면서 매주 월요일 한자리에 모여 각자 맡은 기업 분석 결과를 발표하고 투자 운용을 논의한다.
회장인 장창규 씨(경영대 3학년)는 "갑자기 주가가 빠지면서 당황하는 사람도 있지만 가치투자가 수익률 면에서 우수하다는 소신을 가지고 주가지수에 일희일비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상당수 회원은 이번 사태를 `펀더멘털`보다 `센티멘털(심리적)` 요소가 큰 것으로 판단하고 새로운 기회(?)를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30명 회원이 활동하는 서울대 투자연구회도 마찬가지다. 한 회원에게 "요즘 주가가 폭락해 손해가 크지 않느냐"고 묻자 "주가지수나 차트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밸류에이션(기업가치평가)이 저평가된 주식에 투자한다"는 즉답이 돌아왔다.
이 동아리의 특징은 철저하게 자기 여유 자본으로 투자한다는 것. 빚을 내거나 `올인`하는 식의 무리한 투자는 결코 안 한다는 얘기다.
5000만원 이상 자금을 운용하고 있는 이한수 씨(경영대 4학년)는 "장이 폭락해서 `악` 소리가 나는 이유는 대부분 자기 돈이 아닌 자금을 사용한 사례"라고 말했다.
동아리 회장 이종욱 씨도 "요즘 동아리는 첫째도 둘째도 연구"라며 "기업 분석하고 시장과 경제를 공부하면서 주식이 도박이 아니라 투자적 자산관리 수단이라는 것을 깨닫는다"고 설명했다.
아주대 투자동아리 A.F.I.A. 회원들은 "주가 하락이 단지 수급 불균형일 뿐 곧바로 반등할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 실수였다"고 원인을 분석하면서 "하지만 국내 주식시장 기본이 많이 탄탄해졌고, 미국의 재할인율 인하 등으로 위기가 더는 확대되지는 않을 것이니 당분간 주식을 보유하자"고 차분히 중지를 모았다.
이지구 씨(경영대 4학년)는 "예전에는 학생들이 무조건 자기 돈을 맡기려고만 했지만, 지금은 시행착오가 있더라도 공부해서 유망 종목을 찾으려고 한다"며 "결국 최근 손해도 우리에게는 좋은 학습효과로 작용할 것"이라는 태도를 보였다.
정근해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2004년부터 활성화된 대학 내 증권동아리는 갈수록 투자 질과 양이 전문화돼 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연구ㆍ분석 위주로 운영되는 요즘 동아리들은 웬만한 개인투자자들보다 낫다"고 덧붙였다.
[이소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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